여자친구의 일본 투어가 한창이다. 현생 차리느라 바쁘지만 잠시 짬을 내어 나고야 공연에 다녀왔다. 백번도 더 넘게 본 아이들의 무대이지만, 해외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더욱 설레고 긴장됐다. 첫 해외스케쥴 도전(?) 후기를 감상문의 형식으로 솔직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나고야 도착 후 짧은 관광을 마치고 'Zepp 나고야'로 이동했다. 프리미엄 티켓 소지자는 리허설 관람이 가능했다. 오사카 공연 리허설때 응원봉, 박수, 함성 등이 허락되지 않아 조용히 관람만 하다 나왔다는 얘기를 들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입장하니 오사카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응원봉이나 박수 등에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무대의 거리마저 가까워 흡사 공방에 온 느낌이었다. 


리허설은 사복을 입은 채 진행됐다. 짧은 감상을 먼저 말하자면, '내가 리허설을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이 먼곳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최고의 순간이었다. 유주는 요새 아주 좋아하는 검정색 후드집업과 검정색 트레이닝바지 그리고 흰색 운동화를 신고 무대에 올랐다. 바지 한 쪽을 살짝 걷고 있어 귀여웠다.


리허설 첫 곡은 트러스트였다. 무대를 자주 본 팬이라면 알겠지만, 유주는 트러스트를 부를 때 노래의 감정에 조금 더 몰입하는 편이다. 이번 리허설때도 그랬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눈빛을 한 아이를 보니 나까지 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후반부 고음을 외치는 목소리는 깊고도 묵직했다.


두번째 곡은 유리구슬. 감히 말하자면 리허설과 본공연을 통틀어 가장 최고의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긴 생머리에 앞머리 숱까지 많아져서 그런지 정말 강아지 같았는데, 무대 시작하자마자 눈빛이 바뀌는 것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얼굴을 하고 그 눈빛을 한 채로 유리구슬 무대를 하는 스물셋의 유주를 볼 수 있어 정말이지 감사한 순간이었다. 더 자세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이 문장으로밖에 설명이 안된다. 이 좋은 광경을 나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 슬퍼질 정도로 최고의 무대였다.. 진짜로..


마지막 곡은 핑거팁이었다. 유리구슬 무대를 끝내고 더웠는지 후드집업을 벗었는데, 안에는 크롭탑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널널한 핏의 후드와는 조금 다른 복장이었다. 춤출때마다 탄탄한 복근이 보여서 좋았던 것은 비밀이다.



짧은 리허설을 보고 공연장 밖으로 나와 번호대로 대기한 후 본공연에 입장했다. 입장번호가 30번대였던데다가, 리허설때보다 자리를 더 잘잡아서 아주 쾌적하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인원이 입장했지만 서로서로 밀지 않고 배려하는 분위기였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기하는 동안 같은 내용의 VCR이 세 번 정도 나왔다. 여자친구 멤버들이 토치기현에 교자를 먹으러 가는 내용이었다. 영상 초반부에 교자를 들고 냄새를 맡는 모습이 정말이지 강아지같았다. 스태프가 토치기라고 말하는 것을 잘못 알아듣고 토치?라고 묻는 것도 쏘큐트했다.


본공연은 일본어로 번안된 한국 타이틀곡 위주로 구성된 전반부, 개인무대로 구성된 중반부, 한국 최신 활동곡과 일본 오리지널 싱글곡들로 구성된 후반부로 짜여졌다. 너 그리고 나, 시간을 달려서, 귀를 기울이면 등은 정말 수도 없이 봤던 무대인데, 100% 일본어로 무대를 꾸미는 것을 보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다른 언어로 노래하고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견해지기도 했다.


개인무대는 한국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헤븐'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의상이었다. 흰색 자켓을 입고 나왔는데 핏이 정말 예뻤다. 한껏 세련되어진 천사를 보는 듯 했다. 이 의상도 혼자만 본다는 사실에 조금 슬퍼졌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본 오리지널 싱글곡 무대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플라워 무대 후 멘트를 할 때는 탱고 안무를 직접 추기도 했는데, 예린이와 한 번 신비와 한 번 번갈아가면서 추는 모습이 귀여웠다. '휘리리리리', '스르르르르' 파트를 팬들이 따라해줘서 고맙다고 신나하며 안무를 다시 하는데 이건 더 귀여웠다. 정말 귀엽다는 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를 정도로 귀여웠다. 진심이다.


앵콜곡은 뷰티풀. 해맑은 표정으로 뷰티풀을 부르는 유주는 부쩍 더 강아지같았다. 유주는 동선상 (팬들 시야를 기준으로) 무대 오른쪽에 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무대 왼쪽으로 이동해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노래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마지막 곡은 기억해였다. 트위터 등에 올라온 영상으로 봐서 알겠지만, '친구가 될거야!!' 파트에서 유주의 대박 고음이 터졌다. 들어도 들어도 신기한 파트가 아닐 수 없다. 바다 건너에서도 폭발하는 고음을 들을 수 있어 뿌듯한 순간이었다. 자기 파트가 아닐 땐 옆에 있던 예린이와 자주 꽁냥거렸는데, 이것도 정말 귀여웠다.


본공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이 있다. 시간을 달려서 2절 도입부때 대열 앞에 앉아 손을 뻗는 안무에서 팬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는 장면이었다. 스탠딩 1열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랬던 걸까? 아무튼 바로 앞에 있었던 팬은 정말로 심장이 떨어졌겠다 싶었다.


깨알같이 귀여웠던 장면들도 있다. 앵콜 무대 직전, 나고야 프리라이브 비하인드 VCR이 나왔다. 유주가 자신을 소개하며 '항항넹넹 텐시'라고 하는 것이었다. 텐시가 뭘까? 싶었는데 자막을 보니 천사를 뜻하는 말이었다. 유주는 자칭 '항항넹넹 천사'다. 모두 기억하길 바란다. 


공연이나 이벤트를 위해 일본 곳곳을 방문할 때마다 그 지역 먹거리를 이야기하며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이 참 귀여웠는데, 이번에도 그 언급이 빠지지 않았다. 나고야의 유명 먹거리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팬들은 '미소카츠'를 꼭 먹어보라고 답했다. 새롭게 발견한 과일젤리의 모양과 맛을 묘사하는 유주가 또 너무 귀여웠다.


다른 언어로 노래하랴, 멘트하랴 신경쓸 것이 부쩍 많았을텐데도 중간중간 눈을 마주치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마이크를 건네며 활발히 소통하려 하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았다. 무대의 구성, 퀄리티, 유주의 귀여움까지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경험이었다. (의상은 제외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정도 해외 공연에 가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나고야에 가는 바람에 2시간도 제대로 못잤을 정도 피곤한 상태였다. 무대 중간중간에 '이러다 깜빡 잠이 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공연을 다 보고 나니 거짓말처럼 피로가 확 풀렸다. 아마도 열정 넘치는데다가 귀엽기까지 한 유주의 모습을 두눈 직접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