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모에'라는 말이 있다. 차갑고 날카로울것만 같던 사람이 어느 순간 사르르 눈 녹듯 녹아내릴 때, 한없이 따뜻하고 밝은 사람이 본인의 분야에서 한껏 예민함을 드러낼 때. 그리고 이러한 갭모에는 많은 이들을 덕질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다. 여자친구는 덕후를 사로잡을 '반전미'를 보유한 그룹이다. 알고 보면 내성적이고 사색을 즐긴다는 예린, 허당끼 가득한 리더 소원, 도도하고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이지만 이보다 더 털털할 수 없는 신비까지. 


사실 유나는 이러한 반전매력에서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 늘 밝고, 따뜻하고, 다정할 것만 같은 사람이다. 참 재밌는 것은, 나는 유나의 반전미에 끌려 입덕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2월. '2배속 댄스'가 대한민국을 뒤흔들(?)무렵, 여자친구에게 막 관심이 생긴 나는 멤버들이 출연한 예능을 하나 둘 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예능은 아이돌 육상대회였다. 60m 달리기를 하기 위해 출발선에 선 유나를 보았다. 


나의 예민함을 포착했고, 이 아이가 좋아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딘지 모를 그 표정과 눈빛에 끌린 것이다. (사실 난 예민미 넘치는 사람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도 반전이라면 반전 ㅋㅋ)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렇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멍뭉거리는 아이일 줄은. 



유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를 고양이 같다고 표현한다. 사실 첫인상은 차갑고 시크해 보이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첫인상을 넘어 아이의 여러 모습을 겪고 난 뒤에는 영락없는 강아지처럼 보인다. 팬들이 유나를 부르는 애칭 중 '멍뭉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다. 종종 닮은 동물을 논할 때 '강아지냐 토끼냐 고양이냐'로 팬들의 의견이 갈리곤 하지만, 성격에서 뚝뚝 묻어 나오는 멍뭉미는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유나는 특유의 표정을 갖고 있다. 주로 신날 때 나오는 표정인데, 눈이 살짝 접히고 입이 커짐과 동시에 혀가 살짝 보인다. 영락없이 강아지 같은 표정이다. 유나의 멍뭉미를 가장 잘 표현해줌과 동시에 가장 극대화시키는 표정이다. 성격은 정말이지 강아지 그 자체다. 순하고 밝으며 발랄하다. "어라 고양이 닮은거 아니였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반박하고 싶다. 도도하거나 시크하거나 갸르릉대는(?) 성격은 절대 아니라고. 



아이를 멍뭉이, 멈무이, 혹은 망망이라고 부르며 닮은 강아지를 종종 떠올려보기도 했다. 일단 소형견은 아닌 것 같다. 키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소형견보다는 대형견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리트리버가 참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순하고 타인에게 헌신적이면서 다정하지만, 가끔씩 제 덩치를 주체하지 못해 사고도 치는 리트리버. 착하고 다정한데 가끔 이상해지는 유나에게 딱 아닌가. 윶트리버라는 표현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멤버피셜로는 진돗개같다는 얘기도 나왔었다(어디감수광 中 소원의 발언). 종종 시바견을 닮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멍뭉이의 아기강아지(?) 시절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작 1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유리구슬 활동 시절 유나는 정말 순수함의 결정체였다. 화장기 옅은 얼굴에 순수한 표정,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은 세상에 막 발을 내민 아기강아지를 연상케 한다. 그 시절을 담은 사진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랠 뿐이다.



유나의 멍뭉미는 화장을 옅게 했을 때 극대화된다. 눈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 더없이 부드러워지는 인상과 본래의 하얀 피부가 한 몫 하는 듯 하다. 빡센 무대 화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바쁜 활동이 우선이기에 옅은 화장을 자주 볼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더 자주 많이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덕후의 심정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 개인 닉네임에는 '멍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처음 입덕했을 때는 다른 닉네임이었지만, 유나를 겪은 후 아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 팬들이 사진을 올릴 때, 움짤을 올릴 때 아이를 멍뭉이로 표현해 주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얼마 전 듀엣가요제 녹화 썰이 떴을 때, 유나를 직접 목격한 타 팬이 '97년생 대형멍뭉이'라는 수식어로 아이를 표현한 적이 있다. 타 팬이 유나의 멍뭉미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뿌듯(?)했다.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나를 통해, 타인을 통해 유나의 멍뭉미가 널리 알려지는 것을 환영한다. 나도 닉값이라는 것을 조금은 해보고 싶으니까.


움짤 출처 : 트위터 여제리(@UJerry1004)님